본문 바로가기

아이스포그의 리뷰/미드&영드

화제의 신작 미드 <블랙리스트>

화제의 신작 미드 <블랙리스트>

 

 

 

  블랙리스트는 2013년 신작 미드 중에서 가장 뜨거운 드라마가 아닌가 싶습니다. 폭발적인 관심과 치솟는 시청률에 이례적으로 시즌 중 에피소드 9회 연장 방영이 결정됐을 정도죠. 18-49 시청률에서는 이미 ABC 인기 드라마인 <캐슬>을 역전했고 전체 시청률에서도 비슷한 수치가 나오고 있을 만큼 블랙리스트의 기세는 대단합니다

 

  블랙리스트는 거물급 범죄자들의 브로커인 레이먼드 레딩턴이 FBI에 자수를 하면서 시작되는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NBC 드라마입니다. 레딩턴은 FBI에게 거물급 범죄자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대신에 면책특권을 받고 여성 신입 요원인 엘리자베스 킨하고만 이야기하는 조건으로 거래를 하죠. 이에 엘리자베스 킨 요원은 졸지에 레딩턴과 파트너가 되어 수사를 하게 됩니다. 에피소드가 진행될수록 레이몬드 레딩턴의 등장이 엘리자베스 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단서들이 조금씩 드러납니다. 엘리자베스 킨의 아버지는 레딩턴과 모종의 관계가 있고, 고등학교 교사로 위장한 그녀의 남편인 톰 킨도 레딩턴이 워싱턴으로 오게된 이유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죠

 

 

FBI 10대 수배자이자 범죄 브로커, 레이몬드 레딩턴

  

블랙리스트의 주인공, 엘리자베스 킨

  

엘리자베스 킨의 남편, 톰 킨

 

  스토리만 놓고 본다면 최고의 소재와 최고의 떡밥이 뭉친 매우 흥분되고 기대되는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세부적인 캐릭터 설정에서는 우려스러운 면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요 캐릭터 두 명이 모두 문제가 있기 때문이죠.

 

  레이몬드 레딩턴은 이 드라마의 비밀을 푸는 열쇠를 가지고 있는 중요한 캐릭터인데, 이전에 제임스 스패이더가 맡았던 <보스턴 리갈>의 앨런 쇼어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앨런 쇼어에서 직업이 달라지고 성격이 조금 어두워진 버전이 레이몬드 레딩턴처럼 보일 정도이죠. 그만큼 매우 흡사해서 드라마의 몰입을 방해합니다. 게다가  레이몬드 레딩턴의 직업이나 살아온 삶에 비해 너무 온화하고 능청스러운 행동들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죠.

 

  블랙리스트의 흥미로운 설정과 제임스 스패이더라는 배우의 연기력에 비추어 볼 때, 레이몬드 레딩턴은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매력적인 캐릭터였어야 합니다. 레이몬드 레딩턴을 좀더 차갑고 어두운 성격으로 설정했다면, 훨씬 매력적이면서 앨런 쇼우와 차별화되는 캐릭터가 탄생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엘리자베스 킨도 문제가 많은 캐릭터입니다. 출연 분량이나 캐릭터들의 관계로 봤을 때 주인공은 분명히 엘리자베스 킨인데도 불구하고 존재감은 레이몬드 레딩턴보다 훨씬 떨어집니다. 주인공답게 상황을 주도해나가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항상 어정쩡한 위치에 서 있죠. 항상 범죄자들과 레이몬드 레딩턴 사이에서 놀아난다는 느낌이 듭니다. 분명 수동적인 캐릭터는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확실히 보여준 것이 없습니다.

 

  만약 엘리자베스 킨이 주변 캐릭터라면 몰라도 주인공인 이상 현재 보여주고 있는 태도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캐슬>의 케이트 베켓처럼 강한 여성의 이미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스토리의 흐름을 주도하고 나설 필요가 있죠.

 

 

 

  스토리만 재미있으면 그만이지 캐릭터의 사소한 단점이 뭐 그리 중요할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옴니버스 형식(스토리가 에피소드별로 분절된 구성)을 취하는 <블랙리스트>의 경우 스토리만큼 중요한 게 캐릭터의 매력입니다<프리즌 브레이크><24> 같이 시즌 전체가 연결된 스토리로 되어있는 드라마들의 경우 흔히 말하는 떡밥을 많이 배치하고 긴장감을 조성해 시청자들이 다음 에피소드를 궁금하게 하죠. 때문에 스토리 상으로 강력한 떡밥들이 뒷받침해 준다면 캐릭터의 매력이 떨어지는 단점도 상대적으로 극복하기 쉬운 편입니다. 일단 캐릭터들에는 별 관심이 없더라도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드라마를 보게 할 수 있는 거죠.

 

  그러나 옴니버스 형식의 드라마들은 각각의 에피소드 별로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한 편, 한 편은 부담 없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내용이 연속되지 않아서 드라마를 꾸준히 보게 하는 힘은 부족한 편입니다. 때문에 옴니버스 형식의 드라마들은 커다란 떡밥 한 두 개를 조금씩 흘려서 시즌이 지날수록 천천히 내막이 드러나게 하는 전략을 많이 사용하죠.

 

  문제는 캐릭터가 매력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이런 전략들은 무용지물이라는 겁니다. 어차피 옴니버스 형식의 떡밥들은 캐릭터들과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인데, 정작 캐릭터에 관심이 생기지 않는다면 떡밥들도 그리 궁금할 이유가 없는 거죠.

  

 

 

   지금은 매회 굉장히 흥미로운 내용들을 풀어내고 있지만 <블랙리스트> 항상 지금과 같은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할 겁니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에피소드 별로 부침이 생길 텐데, 이 때에도 시청자들이 꾸준히 드라마를 보게 하는 것은 캐릭터가 가진 매력일 겁니다. 그리고 이 말은 곧 블랙리스트가 앞으로 장수 드라마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레이몬드 레딩턴과 엘리자베스 킨의 캐릭터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과연 <블랙리스트>가 계속해서 두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 문제를 안고 갈 것인지, 아니면 에피소드를 거듭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인지 여부는 시즌이 끝날 무렵에야 확인이 가능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