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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거품 보다 더한 책값 거품

    맥주 거품 보다 더한 책값 거품

 

  지난 번 포스팅에서는 도서정가제의 문제점에 대해서 살펴본 바 있는데요. 도서정가제의 가장 큰 문제는 현재 반값 할인을 전제로 형성되어 있는 책값 거품 때문에 소비자 부담이 최고 2배 이상 늘어난다는 데에 있었습니다.

 

2014/11/20 - 도서정가제의 오명 '제 2의 단통법?', '도서담합제?'

 

 

  그래서 이번 포스트에서는 우리나라 책값 거품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좀더 자세히 설명을 위해 국내 번역서인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주말 소설가>, <소설 쓰기의 모든 것>의 가격과 미국 원서 가격을 비교해 볼까 합니다.

 

 

 

'다음'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검색 결과

 

 

  먼저 지난 도서정가제 편에서도 살펴본 바 있던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가격을 알아보겠습니다. 도서정가제 전에 24220원이었던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은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30600원까지 뛰어올랐습니다. 그럼 이제 미국 아마존에서 팔리고 있는 영문판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가격을 봐야겠죠?

 

 

'아마존'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검색 내용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의 영어 제목은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입니다. 아마존에서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를 검색해서 클릭하면 위에 사진과 같이 나옵니다. 영어 제목과 별점 표시 아래에 네 개의 직사각형 박스가 있는데 이 부분이 바로 책의 제본 형태와 가격 정보가 표시된 곳입니다. 한글로 번역하면 아마존 전자책 13050(11.70달러), 도서관용 제본서 24440(21.92달러), 무선본 10940(9.81달러), 오디오북 55080(49.40달러)이 됩니다. 여기에는 양장본이 빠져 있는데 양장본 가격은 25040(22.46달러)입니다.

 

  책의 버전이 많아서 어느 걸 봐야할지 헷갈리실 겁니다. 무선본과 양장본 가격 두 가지를 우리나라 책값과 비교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이제 어느 나라의 책값이 터무니 없이 비싼지 알게 되실 겁니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의 우리나라 책값은 30600원인데 반하여 미국 책값은 무선본 10940, 양장본 25040원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우리나라 책값이 미국 무선본보다는 많이 비싸긴 해도 양장본과는 비슷한 수준인 것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미국 무선본과는 거의 3배 차이지만 미국 양장본과는 5000원만 비쌀 뿐이니까요.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출간되는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이 무선본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게다가 또 한 가지 문제는 앞에서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국민 소득을 고려하지 않고 책값을 단순 비교했을 뿐이란 거죠. 국가마다 소득 수준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국민 소득을 고려하지 않고 책값의 절대치만 단순 비교할 경우 그 나라 국민들이 실제 체감하는 책값을 알기 힘듭니다. 책값이 같더라도 미국에서는 싸다고 느끼는데 소말리아에서는 비싸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나라와 미국의 국민 소득을 고려해야 실질적인 체감 책값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의 국민소득은 54979달러이고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은 25931달러로 우리나라는 미국의 47% 수준입니다. 이제 우리나라 소득 수준에 맞춰 미국 체감 책값을 계산해보면 무선본은 5140, 양장본은 11770원이 나오게 됩니다. 미국 무선본에 비하면 우리나라 책값은 6, 양장본에 비하면 거의 3배 가량이 더 비싼 겁니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이 특수한 사례일 수 있으니 <주말 소설가><소설 쓰기의 모든 것>의 책값 또한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주말 소설가> 검색 결과

 

 

  <주말 소설가>의 정가제 전 가격은 11500, 현재 가격은 20700원입니다. 그럼 아마존에서 <주말 소설가>의 원제인 <The Weekend Novelist>를 검색해 보겠습니다.

 

 

 

  '아마존' <The Weekend Novelist> 검색 내용

 

 

  2005년도에 출간됐었다가 2011년도에 재출간된 것으로 나오네요. 2005년도 버전은 중고책밖에는 판매가 안되고 있으니 2011년도 버전으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The Weekend Novelist>은 양장본은 따로 나오지 않았고 무선본은 16030(14.38달러)입니다. 체감 책값으로 다시 환산하면 7530원입니다. 이에 비하면 현재 우리나라 책값은 3배 수준이고, 정가제 전 책값도 1.5배 수준이네요.

 

 

'다음' <소설 쓰기의 모든 것> 검색 결과

 

 

  이어서 <소설 쓰기의 모든 것>을 살펴보겠습니다. <소설 쓰기의 모든 것>은 총 5권으로 개별적으로 살펴보긴 힘드니 합산 가격으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소설 쓰기의 모든 것>의 정가제 전 가격은 62500, 현재 가격은 112500원입니다.

 

 

'아마존' <Write Great Fiction>  검색 내용

 

 

  아마존 원서인 <Write Great Fiction> 가격은 79000(70.85달러)입니다. 다시 체감 책값으로 환산하면 37130원이 됩니다. 정가제 전 가격의 1.7, 현재 가격의 3배가 되네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실제로 하나하나 따져서 계산해 보기 전까지 우리나라의 책값 거품이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는데요. 그 동안 속아서 책을 산 것 같고 출판사들의 호갱이 된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듭니다 최소한 원서의 무선본 체감 가격은 맞춰줄 수 없더라도 원서 양장본 절대 가격으로 번역서를 출간하는 것이 독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출판관계자 분들은 항상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종이값이랑 인쇄비용이 해가 갈수록 상승해서 현재 가격을 유지하는 것도 벅차다고요.

 

  정말 그럴까요? 그렇게 종이값, 인쇄비가 오르는데 우리가 사는 A4 용지 값은, 우리가 가는 복사집 복사비는 왜 몇 년째 그대로 일까요? 그리고 미국 종이값 인쇄값은 우리나라랑 별도로 오르나 봅니다. 미국 원서는 그렇게 싼 걸 보면 말이죠.

 

  우리나라 책값이 비싼 진짜 원인은 출판사들의 직무 유기와 폭리에 있습니다. 해외 작가의 책에는 제대로 협상도 하지 않고 경쟁적으로 천문학적인 선인세를 쥐어준 뒤, 국내 가격을 뻥튀기해서 메우기 때문에 책값 거품이 생기고 책이 비싸지는 것이죠 정말 책을 그렇게 사랑하고 양심적으로 독자들을 대하고 싶다면 더 이상의 이런 가격 거품과 눈속임은 그만하고 정직한 가격으로 책을 판매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