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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포그의 리뷰/영화

<인터스텔라>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결정적인 오류 한 가지

<인터스텔라>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결정적인 오류 한 가지

 

<인터스텔라> - 스틸컷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 주세요.)

 

 

  요즘 영화 <인터스텔라>가 연일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인터스텔라><겨울왕국><아바타>가 세운 기록을 넘어설 거라는 보도도 나올 정도였죠. 이렇게 <인터스텔라>가 한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이유에 대해 <인터스텔라>의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은 인터뷰에서 완벽한 과학이론으로 무장한 시나리오 때문이라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웬일인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자신만만한 인터뷰와는 달리 <인터스텔라> 허점과 오류들을 속속들이 지적해내는 뉴스 기사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더군요. 저 또한 <인터스텔라>에서 보여지는 과학 이론에 몇몇 결함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물론 영화적 재미를 위해서, 영화기 때문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일부 허용될 수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영화는 영화지, 과학 다큐멘터리나 논문이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실과 다른 부분들을 모두 너그럽게 이해해 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마지노선이란 것이 있죠. 주변 사건이나 배경의 사소한 오류가 아닌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중심 사건에 결정적인 오류가 있다거나, 영화 중후반에 결말에 영향을 주는 편의주의적 설정이 튀어나온다거나 하는 것들은 그냥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스포일러 주의!!!!!

 

 

 

 

쿠퍼와 어린 머피의 모습 - <인터스텔라> 스틸컷 

 

 

  예를 들어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종말에 다다른 지구의 모습같은 경우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인터스텔라>의 지구의 모습에 논리적 오류를 지적하는 사람들은 종말이 닥쳤는데도 사람들은 너무 평온하고 위기감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또한 인류를 멸망으로 몰고가는 병충해와 황사 또한 그리 파괴력이 있어 보이지 않고, 이 정도의 재해로 인류가 멸망 위기에 몰린다는 설정이 허술하기까지 하다고 말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충해와 황사로 대변되는 지구 종말의 허점은 모른 척 넘어가 줄 수 있습니다. ‘병충해와 황사는 영화 속에서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병충해와 황사는 지구가 종말을 맞고 인류를 멸망 위기로 몰아넣기 위한 하나의 영화적 장치에 불과합니다. 인류가 멸망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만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인터스텔라>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병충해와 황사가 지구의 종말과 인류의 멸망 위기를 불러일으키기에 적합한 소재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굳이 병충해와 황사가 아니라도, 핵전쟁이나 갑작스런 지구 환경의 변화(영화 <투모로우><코어>에서 보여줬던) 등으로도 인류의 멸망 위기는 찾아올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만약 더 이상 인류가 지구에서 살 수 없게 된다면’, ‘지구의 종말이 온다면이라는 가정을 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고 더 이상 병충해와 황사는 큰 문제가 아니게 되는 셈이죠.

 

  한때, 나사의 조종사였고 현재 살아있는 인류 최고의 조종사인 쿠퍼가 제 발로 찾아올 때까지 나사는 어떻게 그의 존재를 모를 수 있었는지, 블랙홀과 웜홀을 어떻게 우주선이 통과할 수 있었는지 또한 앞서 말한 전제조건으로 해결되는 문제들입니다.

 

 

 

 

 아멜리아와 로밀리의 모습 - <인터스텔라> 스틸컷

 

 

  그러나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건 영화가 결말로 향하는 데 있어 열쇠가 되는 5차원 큐브 속 장면입니다. 천신만고 끝에 아멜리아의 우주선을 마지막으로 남은 행성 떠나 보내고 쿠퍼는 빨려 들어갑니다. 블랙홀을 떠돌던 그들은 5차원 큐브로 빨려 들어가는데, 이 큐브는 인류의 멸망을 막을 수 있는 열쇠가 되는 곳입니다.

 

  쿠퍼와 타스의 대화에서 유추해 보건대 시간과 중력을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게 된 미래의 인류가 과거의 인류의 위기를 막기 위해 만들어 놓은 곳입니다. 3차원밖에 인식할 없는 쿠퍼를 위해 3차원의 공간 안에 시간과 중력을 컨트롤할 수 있게 큐브 안을 구성해 놓은 것이죠. 이 덕분에 쿠퍼는 모스 부호를 이용해 과거에 시간대에 있는 머피에게 자신이 알아낸 데이터를 전달하고 머피는 플랜 A를 완성시키게 됩니다.

 

  여기서 문제는 큐브를 만든 미래의 인류는 왜 자신들이 직접 나서지 않고 쿠퍼를 이용해 과거를 바꾸려 하는가 입니다. 영화 속에서 쿠퍼는 미래의 인류가 5차원의 존재이기 때문에 3차원인 자신이 살고 있는 시간대에 관여를 할 수 없어서 자신을 이용해 미래를 바꾸려 하는 것이라 말합니다.

 

 

 

 

 

 

  언뜻 보면 고차원의 존재가 저차원에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은 맞는 말 같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터무니없는 말입니다. 3차원에 살고 있는 우리가 스케치북에 그린 2차원의 그림에 관여할 수 없다는 말과 같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가로 세로 높이로 이루어진 3차원에 살고 있지만, 가로 세로 밖에 없는 2차원인 스케치북 그림에 얼마든지 관여할 수 있습니다. 있던 그림을 없앨 수도 있고 없던 그림을 새로 그릴 수도 있으며 덧칠을 해서 원래 있던 그림을 전혀 다른 그림으로 바꿀 수 있죠.

 

  더군다나 더욱 말이 안되는 것은 미래의 인류가 5차원의 존재라는 말입니다. 인류 문명이 발전하고 기술이 진보해서 중력과 시간을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있게 된다하더라도 인간은 기본적으로 가로 세로 높이의 3차원의 공간 안에서 살 수밖에 없으니 미래의 인류는 정확히 말하자면 5차원의 힘을 다룰 수 있는 3차원의 존재일 것입니다. 그러니 설사 차원이 다르면 개입하지 못한다는 쿠퍼의 말이 사실이라 한들, 미래의 인류는 쿠퍼의 시대에 얼마든지 개입을 할 수 있는 것이죠.

 

 

 

 

우주를 여행하는 인듀어런스호 - <인터스텔라> 스틸컷

 

 

  만약 평행 우주 이론을 빌려왔다면 얘기는 조금 달라졌을지 모릅니다. 서로의 우주에 관여할 수 없다는 설정으로 다른 우주에 살고 있는 미래의 인류가 쿠퍼를 이용해서 인류를 구한다는 시나리오은 제법 그럴 듯 하니까요.

 

  하지만 평행 우주 이론을 적용시켜도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왜 하필 미래의 인류는 과거를 바꿔 인류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대한 임무를 쿠퍼와 머피에게 맡긴 걸까요? 아무리 봐도 쿠퍼와 머피가 살고 있는 시간대는 과거를 바꾸기에 적합한 시점이 아닌 것 같고 쿠퍼와 머피도 과거를 바꾸기에 최적의 인물들 같지는 않습니다.

 

  차라리 브랜드 교수와 아멜리아에게 그 임무를 맡기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요? 그랬다면 중력방정식을 더욱 일찍 완성하여 수십년의 시간을 아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아멜리아가 안된다면 쿠퍼 일행 전에 나사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인물들 중 한 명을 이용해서 브랜드 교수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었을 겁니다. 영화 속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지구의 환경이 나빠지기 전에 살고 있는 인물에게 이를 막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있죠. 어쩌면 그 방법가장 효율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매튜 맥커너히의 폭풍 연기  - <인터스텔라> 스틸컷

 

 

  지금까지 <인터스텔라>의 결정적인 과학적 오류를 살펴봤는데요, 만약 제가 지적했던 5차원 큐브 속 장면을 좀더 정교하게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 흥미로운 영화였습니다. 뛰어난 영상미와 아이디어는 매우 놀라웠고 무엇보다도 주인공 쿠퍼역을 맡은 매튜 맥커너히와 악역을 맡은 맷 데이먼의 폭풍 연기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저는 이렇게 재밌게도 봤지만 아쉬운 부분들도 있었는데 여러분들의 의견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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