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이스포그의 리뷰/영화

영화 <컨저링> - 죽음을 부르는 집

     영화 <컨저링> - 죽음을 부르는 집 

(지하실을 수색하는 웨렌 부부 - 영화 <컨저링> 스틸컷)

 

  다른 영화 장르에 비해서 유독 공포 영화는 허술한 스토리로 인해 비판을 받는 작품이 많은 편입니다. 아무래도 공포 영화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두려움과 공포심 유발에 집착하다보니 개연성 없는 스토리가 나오게 되는 거겠죠. 그런 면에서 지금 소개할 영화 <컨저링>은 억지스런 전개 없이 기본적인 스토리에 충실한 작품입니다.

 

(해리스 빌로 이사를 오는 페론 가족 영화 <컨저링>)

 

  영화 <컨저링>는 해리스 빌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기이한 사건들과 엑소시즘을 주요 내용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해리스빌의 낡은 집으로 이사온 로저 페론 가족은 첫날부터 이상한 일을 겪습니다. 오랫동안 키우던 개가 이유없이 죽고, 로저의 부인인 캐롤린은 밤마다 몸에 알 수 없는 멍자국이 생겨납니다.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어 악령이 나타나 딸, 크리스틴과 안드리아를 공격하기는 지경에 이르죠.

   

(에드와 로레인 워렌 부부 영화 <컨저링>) 

 

  이에 페론 가족은 영화의 주인공인 에드 워렌과 로레인 워렌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이들 부부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해결하고 악령을 퇴치하는 엑소시스트들이죠. 워렌 부부는 페론 가족의 집을 둘러본 뒤, 매우 강력한 악령의 존재를 확인합니다. 조사를 통해 악령의 정체가 1863년에 죽은 마녀라는 것을 알아낸 워렌 부부는 자신들의 힘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엑소시즘의 권위자인 고든 신부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고든 신부에게서 바티칸에서 인가가 나오는 대로 엑소시즘을 진행하겠다는 답변을 듣지만 그 사이 상황은 더욱 급박하게 돌아갑니다. 마녀의 악령에 홀린 캐롤린이 크리스틴과 에이프릴, 두 딸을 죽이려 들죠. 어쩔 수 없이 워렌 부부는 고든 신부의 도움없이 캐롤린에게 엑소시즘 의식을 치르게 됩니다.

 

   이렇듯 영화의 스토리는 전형적인 엑소시즘 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에 스토리가 개연성 있고 매끄럽게 전개되는 편입니다여기에 <컨저링>에서 사용되는  두 가지 기법들은 영화의 재미를 한 단계 높여주는 요소입니다.

 

(신디를 침대에 눕히는 안드리아 영화 <컨저링>)

 

   첫 번째 기법은 관객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악령을 출몰시키는 것으로 영화 내내 긴장감이 감돌게 하는 역할을 하죠. 대표적인 예로 안드레아가 옷장에서 덜그럭 거리는 소리를 듣는 장면을 들 수 있습니다몽유병이 재발해서 옷장에 스스로 머리를 찧는 신디를 안드레아가 침대에 눕혀주는데 옷장이 덜그럭 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분명 옷장 근처에는 아무도 없는 데도 말이죠. 이 때 흘러나오는 스산하고 불길한 음악은 악령이 모습을 드러낼 타이밍이라는 것을 관객들이 예상하게 하지만 안드레아가 옷장 문을 열어 젖혀도 악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관객들이 아무 일 없을 거라고 안심하는 순간, 갑자기 악령이 튀어나와 놀라게 합니다. 관객들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가 서서히 완화되는 시점에서 악령을 등장시켜 공포심을 극대화 시키는 거죠.

 

 

  (마녀의 악령 - 영화 <컨저링>)

 

    두 번째 기법은 전략적으로 영화의 중반까지 악령의 모습을 전부 보여주지 않는 것으로 영화를 더욱 스릴 있고 오싹하게 만듭니다. 영화 초반에는 말라비틀어진 팔과 다리에서 시작해서 점점 강도를 높여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기괴하고 끔찍한 악령의 모습이 나타나게 됩니다. 때문에 영화가 끝날 때까지 관객들의 긴장감과 공포감도 점진적으로 늘어갈 수밖에 없죠.

 

  물론 이 영화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말한 바 있듯이 영화의 내용이 전형적인 엑소시즘의 공식을 따르고 있다는 점이 스토리에 개연성을 부여하는데 도움을 주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참신함과 독창성이 부족하고 이미 봤던 영화 같은 인상을 주는 부정적인 면도 있죠.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실화라는 사실을 내세우지만 사실 이 영화는 실화라기보다는 실제 사례에서 많은 각색을 거쳤다고 해야 맞을 겁니다.

 

  게다가 모든 엑소시즘 영화가 거의 다 그렇듯이 <컨저링>에는 주제라고 할 만한 게 딱히 없죠. 권선징악적 요소가 약간 있긴 하지만 주제로 내세우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분명 보고나서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거나 고민해보도록 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고려했을 때 <컨저링>은 좋은 공포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주제와 내용에서의 약점이 있지만 두려움과 공포라는 공포영화 특유의 장르적 재미로 우리를 충분히 즐겁해 해주는 영화이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컨저링>을 관람하고 나서 실화라는 점 때문에 기분이 찜찜하신 분들을 위해 <컨저링>에 바탕이 됐던 실제 사건에 대한 간략한 내용을 설명해 드릴까 합니다. 해리스 빌에 있는 집에서 일어난 심령 현상은 철저히 페론 가족의 진술에 의한 것으로 다른 목격자는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페론 가족의 집에서 엑소시즘을 행해준 워렌 부부도 사실 심령사기꾼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 실제로는 페론 부부와 워렌 부부가 처음부터 서로 짜고 심령 사기극을 벌였다는 의혹이 물씬 풍기는 사건이었던 거죠. 어떠신가요? 실제 내용은 영화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아셨으니 조금 안심하실 수 있을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