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위반, 내 블로그는 안전할까? '공정 이용'과 '인용'
블로그를 하다보면 항상 걱정되는 것이 저작권 위반입니다. 저작권 자료만 안올리면 해결되는 일 같지만 문제는 저작권법에서 인정하는 저작권 자료의 정의가 매우 광범위하다는 겁니다. 소설 스캔 파일이나 음악 파일과 같이 저작물 전체뿐만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의 캡쳐 사진, 책의 일부 내용이나 줄거리 등도 저작권이 인정되고 있죠. 즉, 리뷰를 하기 위해 영화나 드라마, 책에 대한 포스트를 함부로 올리다가는 저작권 위반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 많은 블로그와 카페를 단속할 수 없으니 그냥 맘 편하게 올려도 된다거나, 어차피 그런 캡쳐 사진이나 줄거리 등이 홍보에 도움이 돼서 모르는 척 눈감아준다는 주장들도 있지만 그리 위안이 되진 않습니다. ‘만에 하나’라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만약 저작권자가 단속하려고 마음먹는다면, 또는 운이 없게도 내 게시물이 단속된다면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당할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이죠.
게다가 최근에는 일부 악의적인 저작권자들도 등장하고 있어서 블로거들의 마음을 더욱 편치 않게 합니다. 정당한 저작권료로 수입을 올리기 보다는 저작권법을 악용해서 손해배상금이나 합의금을 뜯어내 큰돈을 벌고자 하는 이들이죠. 이들은 저작권 파파라치라고 불리는 일부 악덕 저작권 전문 법무법인과 결탁해서 사소한 저작권 위반 사례에도 무차별적으로 고소, 고발을 남용합니다.
일단 소송이 걸리면 50만원, 100만원 하는 벌금도 벌금이지만 더 큰 문제는 500만원 이상 되는 손해배상금 폭탄이 따라온다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애초에 손해배상금과 합의금이 목적이기 때문에 초범이나 사소한 저작권 침해라고 해서 봐주는 일이 없습니다. 또한 미성년자라고 해서, 대학생이라고 해서 봐주지 않습니다. 2007년 합의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살한 고등학생의 경우가 대표적이죠.
더군다나 한미 FTA가 체결된 마당에 최근 유행하는 미드나 헐리우드 영화에 대해 리뷰를 올리다 자칫해서 미국에서 저작권 위반으로 고소가 들어오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나라의 소송 규모도 수백만원 단위인데 미국은 규모가 얼마나 클지 가늠이 안되죠.
그렇다면 리뷰를 하면서 캡쳐 사진이나 줄거리를 쓰지 않아야 할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지금부터 저작권 남용과 악용을 방지하는 ‘공정 이용’과 ‘인용’의 개념에 대해 설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두 가지 개념만 확실히 인지하신다면 더 이상 저작권 파파라치에게 고소당할까봐 마음 졸이는 일 없이 블로그를 운영하실 수 있을 겁니다. 캡쳐 사진이나 줄거리도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거죠.
공정 이용
미국법에서의 공정 이용
제106조 및 제106조의 A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비평, 논평, 뉴스 보도, 학교 수업(학급에
서 다수 복제하는 경우를 포함), 학문, 또는 연구 등과 같은 목적을 위하여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을 복제물이나 음반으로 제작하거나 또는 기타 제106조 및 제106조의 A에서 규정한
방법으로 인용하는 경우를 포함하여 공정 이용 행위는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아니한다. 구체
적인 경우에 저작물의 사용이 공정 이용이냐의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다음의 사항을 참작
하여야 한다.
(1) 이러한 사용이 상업적 성질의 것인지 또는 비영리적 교육목적을 위한 것인지의 여부를
포함한, 그 사용의 목적 및 성격;
(2)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의 성격;
(3)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 전체에서 사용된 부분이 차지하는 양과 상당성; 및
(4) 이러한 사용이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의 잠재적 시장이나 가치에 미치는 영향.
위의 모든 사항을 참작하는 공정 이용이라면, 저작물이 발행되지 아니하였더라도 그 사실
자체만으로는 그러한 결정을 방해하지 못한다.
— Copyright Act of 1976, 17 U.S.C., § 107
여기서 말하는 ‘공정 이용’이란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저작물을 인용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합니다. 인용하는 부분이 전체 저작물의 5% 이하일 때, 비판, 비평, 뉴스 보도, 학교 수업이나 학문 또는 연구 목적으로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죠. 미국을 비롯해서, 독일, 영국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이런 ‘공정 이용’을 통해서 저작물 이용자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블로그의 리뷰나 감상문, 후기 등의 글들은 위에서 언급된 ‘비평’에 속하니 ‘공정 이용’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럼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어떨까요? 우리나라 저작권 법에는 미국과 달리 ‘공정 이용’에 관한 내용은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공정 이용’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인용’이란 표현은 명시되어 있죠.
저작권법 제28조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
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
- 대한민국 저작권법, 제28조
단, 5가지 제한을 두고 있는데 앞서 ‘공적 이용’에서 언급한 내용과 비슷합니다.
1. 인용될 대상이 공표된 저작물이어야 한다.
2. 인용의 목적이 보도, 비평, 교육, 연구, 그리고 이에 준하는 경우에만 인용이 허용된다.
3. 저작물이 주가 아닌 글의 일부로서 인용되어야 한다. 또한 인용되는 부분이 전체의 5%
이하여야 한다.
4. 저작물과 글의 내용이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
5. 출처 명시를 확실히 해야 한다.
블로그에 있는 리뷰들이 이러한 5가지 주의사항을 지키고 있다면 ‘인용’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죠. 저작권 위반에 해당되지 않고 합법적인 사용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간혹 앞서 말한 5가지 주의사항을 모두 지켰는데도 저작권 파파라치에게서 저작권 위반 통보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 뉴스에도 나왔지만 저작권 파파라치들이 저작권 위반 사례가 아니거나 자신들이 저작권을 행사할 권리가 없는 데에도 고소, 고발을 남용하는 것이죠.
이때는 당황해서 섣불리 합의금을 물어주지 마시고 ‘공정 이용’과 ‘인용’ 이 두 가지 단어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공정 이용’과 ‘인용’ 원칙에 따라 정당하게 저작물의 일부를 인용했으므로 저작권 위반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하시면 더 이상 합의금이나 고소 얘기는 꺼내지 못할 겁니다.
그럼에도 상대방이 법적, 경제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억지를 부리고 끝끝내 고소를 할까봐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으나 이는 공갈 협박죄와 무고죄에 해당하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실제로 공갈 협박죄와 무고죄가 적용된 판례가 있으니 아무리 악질적인 ‘저작권 파파라치’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나오기는 힘들 겁니다.
물론 정말 그런 경우가 생긴다면 경찰서에 공갈 협박죄와 무고죄로 고소장을 접수해야겠지만요. 요즘은 인터넷에 고소장 작성하는 법이 자세하게 나와 있지만, 혼자 하기 어려우시다면 경찰서에서 구두로 접수를 하거나 무료 법률 상담소나 법률 구조 공단에서 무료로 법률 상담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이제 저작권 위반, 저작권 침해 때문에 마음 졸이지 마시고 안심하고 포스팅하셔도 좋을 듯합니다. 영화든, 책이든, 드라마든 말이죠. 물론 앞서 말한 5가지 주의사항은 꼭 지켜야 합니다. 그래야 ‘공정 이용’과 ‘인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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