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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선정성 논란,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지나? <1부>

걸그룹 선정성 논란,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지나? <1부>

 

 

  최근들어 섹시 컨셉의 걸그룹들이 많이 각광을 받으면서 선정성 문제도 함께 도마 위에 오르는 것 같습니다. 섹시 컨셉의 걸그룹들의 선정적인 안무나 노출 등이 사회적인 악영향으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것이겠죠. 하지만 저는 걸그룹들의 선정성 문제가 그리 부정적으로 생각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걸그룹들이 제아무리 선정적인 무대를 보여준다고 한들 기본적으로 대중들의 허용하는 수준을 넘어설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선정성 논란이 일면 인터넷상의 블로그나 카페 등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즉각적으로 다양한 의견들이 생성되고 활발한 토론과 논쟁들이 일어납니다대개 한쪽에서는 가사나 노출, 안무 등이 지나치다는 지적을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전혀 문제될 것 없다고 반박하는 찬반 논쟁이 벌어지는 편이죠. 그리고 여기에서 다수 의견으로 기울어지는 쪽이 주요 여론을 형성하게 됩니다. 과거에는 선정성 논란에서 대중매체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면 현재는 선정성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대중들 스스로가 만들게 된 거죠.

 

  이렇게 만들어진 사회적 기준들은 곧 대중들의 반응이고 생각이기 때문에 섹시 컨셉의 걸그룹들에게는 이 기준에서 어떤 평가를 받느냐가 곧 성공과 실패를 가를 정도로 중요해졌습니다. 실제로 걸그룹 선정성 논란과 관련하여 검색을 해보면 선정성 논란을 이겨낸 걸그룹들은 좋은 반응을 얻고 폭발적으로 인기가 상승하는 반면에 그렇지 못한 걸그룹들은 부진한 성적으로 활동을 마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걸스데이는 선정성 논란에서 승리해 섹시 걸그룹의 아이콘이 된 경우죠. <기대해><여자대통령> 활동 당시, 시스루 의상과 수영장 쇼케이스에 대해 일부에서 선정성 논란을 제기했었고, 한때 이를 부각시키는 가십성 뉴스 기사도 쏟아져 나온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커뮤니티의 반응은 긍정적이었기에 논란이 금세 수그러들었고 올 상반기 내내 핫이슈였을 만큼 대단한 인기몰이를 했습니다.

 

 

  최근 <흔들려>라는 곡으로 컴백해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AOA는 선정성 논란을 잘 피해가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경우입니다. 시스루와 핫팬츠 등의 의상과 쇼파춤이라 불리는 안무 때문에 초기에 선정성 논란을 제기하는 의견이 있었지만 워낙 극소수였기에 금세 사라졌죠. 오히려 섹시한 안무 때문에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처럼 무대 영상이나 뮤직비디오가 공유되면서 비약적인 인지도 상승을 이뤘습니다. 걸스데이에 이어 섹시 컨셉의 가장 큰 수혜를 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같네요.  

 

(AOA의 <흔들려> 뮤직비디오)

 

  이와는 반대로 신인 걸그룹인 와썹은 선정성 논란을 겪은 후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경우입니다. 신인 걸그룹이라 좋은 반응이 많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트워킹, 또는 트월킹으로 불리는 춤이 가장 큰 원인이었죠간혹 신선하고 좋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커뮤니티와 언론의 대다수 의견은 부적절하다는 쪽이었습니다결국 신선하고 개성 있는 스타일의 걸그룹이었지만 선정성 논란때문에 기대에 못미치는 성과를 내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대중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자신들이 만든 사회적 기준을 만들고, 걸그룹들은 대중들의 반응을 참고하여 수위를 조정하게 됩니다. 선정성과 관련해서는 대중들과 걸그룹이 모범적인 피드백 관계를 형성하는 셈이죠.

 

  

  그런데 이런 걸그룹 선정성 논란의 본질을 흐리는 존재들이 있습니다. 바로 걸그룹 선정성 논란을 비판하는 칼럼류의 기사들입니다. 걸그룹 선정성 논란을 다룬 칼럼들을 검색해보면 인터넷 커뮤니티와는 다르게 대다수가 균형을 잃고 너무 부정적인 쪽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단순히 자신의 느낌이나 의견을 개진하거나 정당한 논리로 비판하는 행위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이런 칼럼들의 특징은 왜곡된 논리로 대중들을 설득해서 잘못된 생각을 심어주려 하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이죠.

 

  그래서 지금부터는 이런 칼럼들이 즐겨 쓰는 왜곡된 논리, 세 가지를 살펴보고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집중적으로 파헤쳐 보겠습니다.

 

 

 

 

 

 

1. 성의 상품화

 

 

 

  첫번째는 섹시 컨셉의 걸그룹들은 성의 상품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주장하는 논리입니다. 자본의 논리가 금전적인 매매나 거래를 해서는 안되는 인간의 성이라는 영역까지 침투해서 벌어진 결과라는 거죠. 이 논리에 의하면 걸그룹들은 자각하지 못한 채로 자신들의 성을 상품처럼 판매하고 있는 것이고 걸그룹에게 섹시컨셉을 요구한 기획사와 제작자들은 걸그룹들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성의 상품화의 주범입니다. 그리고 별생각없이 섹시 걸그룹의 모습을 TV에서 보고 즐긴 우리들도 공범인 셈이죠.

 

  단순하게 봤을 때 섹시 컨셉은 을 이용한 것이고 연예계 활동도 경제활동이니, ‘을 이용해 경제활동을 한 섹시 걸그룹들의 활동은 성의 상품화라는 논리가 맞는 것 같습니다. ‘성의 상품화가 비윤리적이라는 것도 맞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성의 상품화의 극단적인 사례인 성매매에 대해서 알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섹시 컨셉의 걸그룹들은 성의 상품화이고 비윤리적이라 하는 주장은 매우 설득력 있고 반박할 여지조차 없는 듯 합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설득력 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순전히 성의 상품화라는 용어가 중간에 끼어 있기 때문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성의 상품화란 의미가 불분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들 칼럼에서는 성의 상품화가 도대체 무엇인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의미하는지 정의가 나와 있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아래의 삼단논법으로 사람들을 설득하려고만 하죠.

 

전제1 : 섹시 컨셉의 걸그룹   ->   성의 상품화.

 

전제2 : 성 의   상 품  화        ->   비윤리적이다.

 

결 론  : 섹시 컨셉의 걸그룹   ->   비윤리적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삼단논법의 전개가 타당한 것 같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전제 1, 2가 옳은 명제가 되려면 성의 상품화란 용어의 정확한 정의를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성의 상품화에 대한 정의는 나와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죠. 또 한가지 문제는 전제 1,2와 결론에 나온 동일한 단어는 모두 동일한 의미로 쓰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전제1에서의 성의 상품화성적 요소가 들어간 모든 경제활동과 같은 넓은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제2에서는 성매매 또는 유사 성매매처럼 직접적인 형태의 성의 거래같은 뉘앙스를 풍깁니다. 의미의 차이가 극명하므로 삼단논법 자체가 성립할 수 없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걸그룹 선정성 논란에서 이런 삼단논법이니 성의 상품화니 하는 것들은 꼭 필요한 내용이 아닙니다. 성의 상품화란 용어를 같다 붙이든, 자본주의 논리를 끌어들이든 어차피 논점은 걸그룹의 섹시 컨셉이 윤리적인가입니다. 굳이 다른 말들을 덧붙일 필요가 없는 겁니다. 원형 그대로인 걸그룹의 섹시 컨셉이 윤리적인가라는 물음의 해답만 찾으면 되는 것이죠.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봐야 합니다. 하나는 섹시 컨셉의 생산과 유통, 소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이고 다른 하나는 거래되는 내용이 무엇인지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방식내용, 두가지 관점에서 섹시 컨셉이 윤리적으로 적합한 지 확인하는 것이죠.

 

 

 

  먼저, 방식이 적합한 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성매매의 경우 직접적으로 성적 행위를 거래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러나 걸그룹들의 섹시 컨셉은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거래됩니다. 우리는 직접적으로 걸그룹에게 섹시한 무대를 보여달라거나, 노래를 들려달라고 하며 돈을 지불하지 않습니다. 그저 걸그룹의 무대는 방송으로, 노래는 음반이나 음원으로 만들어진 콘텐츠 형식으로 제공받습니다. , 걸그룹들은 콘텐츠를 만들어 판매하고, 대중들은 이미 만들어진 콘텐츠를 간접적으로 소비하는 방식이죠.

 

  게다가 섹시 콘셉의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연예인들이 이 같은 방식을 사용합니다. 연예인이란 직업 자체가 콘텐츠와 자신의 이미지를 판매하는 것이니까요. 다시 말하면 연예인들이 하는 경제활동의 방식이 비윤리적이지 않는 이상, 섹시 컨셉의 걸그룹들의 활동도 비윤리적이라 할 수 없는 겁니다.

 

 

 

   그럼 내용면에서는 어떨까요? 섹시 걸그룹들은 수많은 심의기관의 심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윤리적이지 않은 내용으로는 활동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방송사 자체 심의를 받기 때문에 중요한 성적 부위의 노출이나 과도한 노출, 성적 행위를 직간접적으로 연상시키는 내용은 무대에서 표현될 수 없습니다.

 

  또한 대중이라는 가장 무서운 심의기관도 존재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대중들은 스스로의 사회적 기준을 넘어선다고 생각되면 가차없이 등을 돌립니다. 대중들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걸그룹들은 무조건적으로 그 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죠.

 

 

 

  결국, 걸그룹의 섹시 컨셉은 방식과 내용, 어디에서도 윤리적 문제가 없는 겁니다. 정말 대중들이 성적인 욕구만으로 섹시 컨셉을 요구하고 걸그룹들이 그에 맞춰가는 거라면, 대중들 입에서 선정성 논란은 나오지 않아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대중들이 걸그룹에게 사회적 기준을 지킬 것을 요구한다는 것은 섹시 컨셉을 단순히 본능적인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섹시하다는 문화적 코드가 담긴 콘텐츠로 바라본다는 뜻입니다걸그룹의 섹시 컨셉을 본능적인 성적 욕구나 직접적인 성적 행위로만 연결 짓는 것은 문화적 몰이해라고 밖에 할 수 없죠.

 

 

<2부에서 계속됩니다.>

 

 

  지금까지 아이스포그의 <걸그룹 선정성 논란,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지나?> <1>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포스트가 마음에 드셨거나 도움이 되셨다면 아래 다음뷰와 믹시를 추천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