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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포그의 리뷰/책

<생각의 지도> - 동서양의 문화 차이, 동양은 열등하고 서양은 우월한 걸까? <1부>

<생각의 지도> - 동서양의 문화 차이, 동양은 열등하고 서양은 우월한 걸까? <1>

 

 

 

 

  요즘 대중매체에서는 유독 '혁신, 창조적 사고' 같은 말이 자주 들립니다. 자세히 들어보면 대부분 빌 게이츠나 스티븐 잡스, 아인슈타인 같이 인류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꿔놓은 사람들의 창조적, 혁신적 사고, 발상의 전환을 배워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에 덧붙여서 우리나라에서 그런 대단한 인물들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위계질서를 중시하고 주입식 교육에 의존하는 동양의 문화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죠.

 

  동양이 사고방식이나 문화가 서양보다 열등하다는 말처럼 들려 기분은 썩 좋지 않지만 딱히 부인하기도 힘듭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의 거의 모든 요소들도 서양에서 비롯된 것이니까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산업화와 전문적이고 다양한 직종의 탄생 등 오늘날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이 모든 게 서양에서 먼저 시작됐죠. 게다가 현재까지도 대부분의 선진적 시스템이라 불리는 것들은  대개 유럽이나 미국같은 서양 국가에 의해서 구축된 것이 많습니다. 그러니 어찌 보면 서양의 방식이 선진적이고 현대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면 정말 동양의 사고방식과 문화는 낡고 열등한 것이고 서양의 것은 현대적이고 우월한 것일까요?




 

  오늘 소개해드릴 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책입니다. 저자인 리처드 니스벳은 미국의 사회심리학자로 예일대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미시간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생각의 지도>는 그가 동서양의 차이에 대해 연구하고 실험한 내용을 토대로 논문 형식으로 펴낸 책으로 그는 이 책에서 단순한 동서양의 차이뿐 아니라 차이가 발생한 기원과 앞으로의 전망까지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동서양의 차이를 요약해본다면 크게 두 가지 키워드가 나옵니다.



생각의 지도





 

 

1. 동양의 종합적 사고 vs 서양의 분석적 사고

 

 

 

 

   이 키워드는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동서양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동양은 종합적 사고를 서양은 분석적 사고를 한다는 것이죠. 좀더 쉽게 말하자면 동양에서는 숲 전체를 하나로 인식한다면 서양에서는 숲은 개별적인 나무가 모인 집합체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서양에서 과학이 훨씬 발전했던 이유도 인간과 자연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동양과 달리 서양에서는 인간에게서 자연을 분리해 자연계라는 개념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자연계를 인간과 분리된 개별적인 곳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호기심이 생겨난 반면에 동양에서는 인간도 자연도 어차피 하나이고 같은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호기심이 생기지 않았다는 거죠.

 

  이런 종합적 사고와 분석적 사고의 차이를 잘 보여주는 여러가지 실험에 대해서도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한 가지는 장 의존성-장 독립성 실험입니다. 여기서 은 배경이란 뜻으로 전체적인 배경의 변화를 잘 알아차리는 쪽이 장 의존성’, 개별적인 사물의 변화를 잘 알아차리는 쪽은 장 독립성입니다. 미국과 일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미국학생들은 개별 사물의 변화를 잘 알아차린 반면 일본 학생들은 배경의 변화를 더 잘 알아차린다는 것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동양인은 종합적 사고를 하고 서양인을 분석적 사고를 한다는 것을 뒷받침해 주는 연구결과이죠.

 

 

 

 

 

2. 서양의 개인 vs 동양의 사회

   또다른 키워드는 서양의 개인과 동양의 사회입니다. 서양에서는 개인과 자기 자신을 중요시하는 반면 동양에서는 사회와 관계를 중요시한다는 것이죠. 저자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인과 캐나다인,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자기소개실험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자기소개실험이란 실험자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라고 한 뒤 표현하는 단어와 문장들을 분석하는 것으로 자신이 우선하는 가치를 알아보는 실험입니다.

 

   미국인들이나 캐나다인들은 이 실험에서 나는 유쾌하다.’, ‘나는 캠핑하는 것을 즐긴다.’ , 자신과 관련된 속성과 행위를 주로 언급한 반면 일본인들은 가족관계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설명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았습니다. 이밖에도 다른 여러 실험들을 통해 서양은 개인을, 동양은 사회와 관계를 중시한다는 증명하고 있죠.

 

 

 

 

  리처드 니스벳은 이러한 동서양이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의 커다란 차이가 생물학적 차이에서 기인하는 게 아니라 문화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이것은 동양과 서양 중 누가 옳고 그른지, 누가 우월하고 열등한지를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동양인들이 앞선 부분들도 있고 서양인들이 앞선 부분도 있다는 거죠.

 

  동양인들은 형식과 내용을 따로 떼어놓지 않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양인들은 형식논리에 지나치게 얽매여서 범하는 실수를 좀처럼 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동양인들은 어떤 결과에 대해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서양인들은 한 가지 원인만 생각하는 경향이 큽니다.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해서 판단하는 능력도 동양인이 앞섭니다.

 

  서양인들이 유리한 점은 형식논리에 익숙해 모순을 더 잘 찾아내고 개인주의적이고 자기표현이 강해 논쟁과 수사학에서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또한 너무 복잡하고 거시적으로 생각하는 동양인들과 달리 서양인들은 단순하게 생각하고 한 가지 요인만을 주시하기 때문에 어떤 분야에서 새로운 발견이나 혁신을 일으키기 쉽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앞의 내용을 정리해보면 동서양의 차이라는 것은  결국 동전이 양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동양의 장점은 서양의 단점이고 서양의 장점은 동양의 단점이 되는 것이죠. 앞서 우리가 선진적이라 생각했던 서양은 혁신과 창조적 사고는 유리할지 몰라도 종합적 사고와 판단에서는 동양에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은 서양이 우월한 것도 동양이 열등한 것도 아니란 거죠.

 

  하지만 이러한 결론이 단순히 원론적인 얘기나 실험실 속 연구결과일 뿐 현실과 괴리가 크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현실 속에서는 자존감과 독립성을 강조하고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장려하는 서양의 방식이 현대사회의 교육과 경제에 적합한 방식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2부에서 다큐멘터리 <공부하는 인간, 호모 아카데미쿠스>을 통해 좀더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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